지난 주말, 스팀 세탁기를 구매하기 위해 사이트를 뒤지는데, 네이버 지식인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었다. LG 전자 스팀 세탁기를 칭찬하는 사람들의 아이디가 한결 같았다. 이 글에서도, LG 전자 스팀 세탁기를 추천하고, 저 글에서도 추천하고… 무언가 이상하다 싶어, 유심히 아이디를 확인해 봤더니, 추천하는 사람이나 질문하는 사람들이 서로 돌아가며 하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가령 A가 질문하면 B가 답변하고, B가 질문하면 A가 답변하는 식이었다. 호기심이 일어 뒤져보니, 이건 한 두 명에 의해 저질러지는 일이 아니었다. 대충 살펴봐도, 십여 명이 넘었고, 작년 11월 초부터 중순까지 조직적(?)으로 질문과 답변이 지식인에 올라왔다.
아래 캡쳐한 화면을 보면 알겠지만, 자기네들끼지 질문하고 답하고는 한다.
때로는 별점도 줘가며, 때로는 대단하다는 캄탄어도 섞어가며..
진짜(?)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열심히 한다.
스팀 세탁기가 있어서.. 으스대다니.. 참.. 나.. -.-
당연히 의심이 드는 것은 알바. 조그만 회사에서 알바를 풀어, 혹은 소규모의 쇼핑몰 등에서 알바를 써서, 각종 게시판과 지식인을 어지럽히는 일이야 이제 “말해봐야 입만 아픈 현실”이 되었지만, 대기업, 그것도 LG 전자에서 그런 일을 하다니. 쉽게 믿기 힘든 일이었다. 해서, 글을 쓴 분들의 “질문 리스트 보기”와 “답변 리스트 보기”를 클릭해 보았다. 허걱. 이 분들이 지식인에 올렸던 모든 질문과 답변은 LG 전자 스팀 세탁기 관련된 글이었다. 아.. 궁금증이 든다. 정말, LG가 이런 짓을 했다는 말인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런 “빈궁한” 마케팅을 했단 말인가? 걸리면, 분명 욕 먹을 것이 뻔한데, 왜 이런 짓을 한 것일까? 설마, 안 걸릴 거라고 생각했던 것인가?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다.
누가 어떤 마음으로 이런 일을 기획했건 간에, 욕을 좀 해야겠다. 이미,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의 영화평이 무용지물이 된지 오래된 상태다. 모두, 게시판과 포털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알바들의 홍보성 글 때문이다. 별 쓰레기 같은 영화에도 별 다섯 개씩 주면서 칭찬을 쏟아붙다 보니, 포털에 올라온 글이나 게시판에 달린 글을 통해서는 도무지 영화에 대한 기준이 서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쇼핑몰이나 인터넷 서점에 달리는 댓글들 역시 그 순기능 - 내 생각을 전해서, 다른 이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는 기능-을 상실해 버린 것은, 모두 알바들의 밥 벌이 활동 때문이었다. 알바들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 (-.-) 다만, 그걸 시키는 것들은 문제다. 좋다. 많이 많이 양보해서, 가난한 자영업자나 가내수공업자는 눈 감고 넘어가 주겠다. 자기네 제품을 홍보할 방법이 없다는데..
당신은 이런 곳에 올라온 다른 이들의 영화평을 믿는가?
그런데 LG는 뭐냐? 그 정도 대기업에서 알바나 풀고.. 웃기지 않는가? 제품이 좋고, 나쁜 것은 차치할 문제다. 자신들의 마케팅을 위해, 조직적으로 사람을 사서, 홍보글을 달게 하는 것. 이것은 순수한 목적으로 사용기를 쓰는, 그리고 누군가의 질문에 성실하게 답을 해주는 “일반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위이다. 올바르게 흘러가야 하는 정보를 훼손하는 인터넷 환경 파괴인 것이며, 정보를 왜곡해서 유통시켜 자사의 제품을 이익 보게 하려는 시장 교란행위인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잘못된 정보(잘못된 방법으로 전달된 정보 포함)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소비자에 대한 배신” 행위인 것이다. 이런 일을 기획한 LG 전자 (혹은 다른 라이벌 회사.. 어쩌면 홍보 대행사 정도..)는 이점을 세겨,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