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말 안정환에게 감사해야 한다. 그 때문에, 우리는 2002년이 얼마나 행복했던가?
그 믿을 수 없던, 이탈리아전의 역전승의 짜릿함 - 아니 미칠것 같던 환희를 기억한다면, 안정환과 안정환의 그 골에 대해 우리는 고개 숙여 감사해야 한다. 아마, 대한민국 순간 엔돌핀 상승률만 놓고 보자면, 광복 후 최고였을 것이다.
그렇지만 안정환은 이탈리아 전의 순도 100% 골로 인해, 소속팀이던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쫒겨나 한동안 골로 가야 했다. 이탈리아전에서 골을 넣었다는 이유로 팀에서 방출당한 그는, 복잡한 가정 사정과, 연속된 슬럼프 등등의 이유로, 공처럼 구르고 굴러.. 한국의 2부리그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절치부심하던 그에게, 어디서 막돼 먹은 여고생 하나가 튀어나와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해대는 바람에, 결국 안정환은 한국에서마저 떠나야 했다. (관련 내용은 어디 검색하면 나올 것이다.)
언젠가, 그가 중국에서 뛰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씁쓸해졌었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영웅 한 명을, 쓸모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쫒아낸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물론, 프로는 실력으로 말한다. 논란의 여지가 없다. 실력이 안되면 퇴출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점차 희미해지는 그의 뒷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영 깔끔하지 않은 뒷맛을 남긴다. 저렇게 희미해지다가, 그대로 사라지지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도 하다.
얼마전부터, 그가 이번 월드컵에서 뛰게 될지도 모른다는 분석(or 기대)가 흘러나오는 듯 하다. 경쟁자로 이동국 선수의 이름도 거론된다. 축구 전문가가 아닌 나로서는, 그의 역할이 이번 월드컵에 꼭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판단이 서지 않는다. 감독이 알아서 하겠지. 그렇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그를 위해, 그로 인해 행복했던 우리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번 더 불꽃을 태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득. 대한민국 기자들이 요즘 이동국 선수를 띄워주는 만큼 안정환 선수를 띄워주었다면, 그가 저렇게 변방에서 공처럼 계속 구르고 있을까.. 그런 생각이 문득 든다.
덧) 아.. 그렇다고 이동국을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좋아하는 편이다. 잘생기고, 실력있고, 그리고 월드컵 불운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있다. 그저.. 이동국에 대해 안정환을 상대적으로 기자들이 싫어하는 것 같아, 조금은 서운한 마음이 들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