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화장실에 앉아 신문을 보는데, 낯선 광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중앙지 한 면을 통째로 채운 광고 - 재혼이민
재혼이민이 뭐지?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기에 광고를 유심히 살펴봤다. 단어의 어감은 낯설지만 뜻은 단어의 의미 그대로였다. 외국에 거주하는 교포나 이민자들과 재혼을 주선해서, 이민을 가게 해주는 업체의 광고였다. 어차피 한국에 있어봐야 [재혼]이라는 주홍글씨에 찍혀 사람들이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 분명하다면, 차라리 재혼에 대해 거부감이 적은 외국인(국적법상)과 결혼해서 이민 가는 것이 더 좋다는 내용의 광고였다.
중국, 베트남 등등.. 국적도 다양하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몇 년 전, 필리핀에서 봤던 [한국인과 결혼 중매] 광고가 오버랩 되어, 짜증까지 밀려왔다. 외국에 대한 동경과 뚱딴지같은 꿈에 사로잡힌 사람들의 헛발질로 보여 안타까웠다. [재혼]이라는 단어와 [이민]이라는 단어는 그냥 그러저러한 일반적인 단어인데, 이렇게 잘못된 만남을 가져 결합되어 버리니까, 확~ 비호감의 단어가 되어버리는구나 하는, 언어학에 대한 새로운 성찰 같은 것도 생기고. -.-
그런데 힘주다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꼭 비난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재혼]이라는 단어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언제 고운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우리 사회는 이혼녀에 대해 관대해 본적이 있었던가? 라는 의문도 생겼다. 호적법이 개정된 것도 최근의 일이고, 그나마도 온갖 종류의 반대에 부딪쳐 간신히 간신히 쇼부를 친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혼녀와 재혼에 대해 우리 사회는 상당히 무거운 짐을 지어주고 있었다.
그렇게 본다면, 그런 사람들이 외국으로의 망명.. 아니 재혼이민을 떠나는 것을 비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돌을 던진 것은 우리들이고, 우리 사회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감정적인 부분을 빼고 본다면, 이게 뭐가 문제이겠는가? 한국에서의 재혼이 아니라, 외국인 ( 국적법상) 과의 재혼이기 때문에 신경이 조금 거슬리는 것일 뿐이지. 재혼하겠다는데 감 내놔라, 말아라 탓할 필요 없는 일이다. 어떻게 보면, 순간적으로나마 발끈한 내 사상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선입견 때문이었겠지.
그나저나, 결혼 못하는 농촌 총각들이 많아 외국에서 아가씨를 수입하는 상황에서, 조금 더 지나면 이혼녀(어감이 이상하다면 죄송)까지 수입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잠깐 해 본다. 세계 최대의 신부 수입국이라는 타이틀이 붙지 않을까라는 우려도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