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카니스탄 뉴스를 보러 포털 사이트 뉴스를 보다가 기겁을 하고 말았다. 뉴스 밑에 달리는 댓글을 막아두고 아예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우연히 클릭이 되서 그 내용을 보게 된 거다. 대충 몇 개의 댓글을 흩어보니, 이건 완전 쓰레기들의 집합체가 아닌가? 올블에 와서 뒤져보니, 비슷한 쓰레기적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들이 댓글과 비슷한 수준으로 글을 써 놓은 것도 보였다. 아.. 탈레반 같은 인생들 같으니라고.
정말. 어이 없던 것은 “고소하다.”는 반응이다. 그게 “인과응보”란다. 참 나. 다른 것도 아니고, 한 사람의 생명을 자신이 가진 잣대와 기준으로 가볍게 재단해 버리는 그런 싸구려 논리에 오바이트가 쏠릴 지경이었다. 또한, 한 사람이 죽었다는 뉴스 보도가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순교다. 아니다.”를 따지는 사람들. 한 사람의 시체 위에 놓여진 그 죽음의 의미를, 누가 그렇게 입만 벌어진 사람에게 평가할 권리를 주었던가? 그 사람이 믿는 신인가? 그 사람이 믿는 논리인가? 한 사람이 평생 사랑하고 믿는 “절대자”에 대한 마지막 믿음조차, 그 사람이 평생 믿고 따르던 종교적 의미조차, 자기 마음대로 평가해 떠들어대는 사람들. 과연 인간에 대한 예의가 있는 것일까?
기독교에 대한 반감이야 나 역시 매 마찬가지다. 그네들이 여태껏 나 같은 비종교인에게 보여주었던 다양한 형태의 혐오스러운 일이야 일일이 거론하기 귀찮을 정도다. 그렇지만, 기독교에 분노한다고 해서, 죽은 사람 이야기가 실린 뉴스 밑에 가서 “인과응보”를 외치는 인간들이나,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는 그녀 들의 기사 밑에서 “ㅋㅋ”거리는 인간들의 그 쓰레기적 마인드는, 일부 기독교인들이 과거에 보여주었던 폐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럽고 야비하다. 자신과 생각이 다른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그래 많이 양보해 그 사람들이 정말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지라도, 사람 목숨을 가지고 키보드로 리플로 ㅋㅋ 거리는 그 인간들은 쓰레기일 수밖에 없다.
옆 집에 살던 사람이 다쳐도, 지나가다 인사 한번 했던 사람이 아파도,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이 우리네 인정이다. 생전에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렀어도, 죽음 뒤에서는 용서하고, 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보통 정서다. 그런데 봉사활동(그래. 전도라고 해도 좋다.)을 떠난 사람이, 머나먼 나라에서 시체가 되었는데, 그걸 가지고 “어쩌고, 저쩌구”하다니, 나로서는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니터 뒤에 있는 사람들이기에 “이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인 것인가?”, 하도 자극적인 소재를 많이 접해 “이제 어지간한 죽음에는 평론을 내려줄 수 있을 만큼” 오지랖이 넓어진 것일까? 그도 아니라면 “세상의 모든 일은 내 칼로 재단하리라. 당신의 죽음까지도!”라고 믿는 그들의 신념 때문인 것일까?
( 그 신념은 정부의 말을 듣지 않고 선교를 떠난 사람들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자기네 목적을 위해 붙잡고 살인을 저지른 사람들 보다 더 나쁜 신념이다. 선교사나 탈레반은 적어도, 죽은 사람 위에 다시 칼질을 하는 원한에 가득찬 부관참시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죽은 자의 살점을 뜯어먹는 하이에나 같은 비겁한 짓도 하지 않았다.)
모르겠다. 순간 발끈해 글을 쓰기는 했지만, 글을 쓰다가 왠지 허탈해졌다. 그렇게, 닥치는 대로 입을 벙긋거리며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이던가. 제목을 “미친 쓰레기들아 보아라!”라고 써 놓고, 글을 시작했다가 제풀에 지친 탓에 그냥 “쓰레기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고 바꾸고 말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 찾아다니며 트랙백이나 날려 줄까도 했지만, 이 역시도, 세상이 과격해진 것을 어쩌리.. 라는 마음으로 포기해 버렸다. 그냥. 잘 먹고 잘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 귀찮아져 버렸다. ( 그런 글들에 달린 추천수에.. 어이가 없어진 탓도 있다.)
문득. 살에 닿는 이 세상의 공기가 참으로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부를 문지르면 비닐이 떨어져 나갈정도로, 메마르고 건조한 세상이라는 생각을 했다. 사람의 죽음과 그 죽음을 슬퍼하는 가족들의 눈물 앞에서조차 "니네가 평소 잘했어봐"를 외쳐대는 사람들.. 극단의 생각이 이기고, 큰 목소리가 주목받는 시장통 같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인간의 가치는 지금보다 더 얼마만큼 떨어져야 하는 것인지.. 문득 새삼스러운 두려움이 든다. 휴.. 오늘은 집에 빨리 들어가, 촉촉한 피부를 가진 내 가족들과 살을 비벼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