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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대선, 어떤 역술인이 맞췄는가?

2007. 3. 21. 11:05 | Posted by 곰아재

2003년 경, 써 놓은 글 중에 “2002년 대선, 어떤 역술인이 맞췄는가?”라는 것이 있었다. 대충 자료조사를 하고 당시 운영하던 사이트에 올릴 생각이었는데, 이런 저런 일들이 생겨 미처 글을 올리지 못했었다. 갑자기 생각이 나서, 당시의 글을 찾아 봤는데 어디로 갔는지 찾을 길이 없다. 2000년 이전에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예측한 유명 역술인들의 기사를 모아서, 누가 정말 대통령을 맞췄나를 확인해 보는 단순한 내용이었지만, 그 결과가 무척 재미있었다. 아시다시피 2002년 대선의 당선자는 2000년 이전까지 크게 주목을 받았던 인물은 아니었다.

대략 7-8명 정도의 역술인들이 잡지나 신문 등에 나와서 2002년 대통령을 예측했었는데, 결과만을 놓고 보면 다들 허튼소리를 해 댔다. 물론 대통령 선거 즈음하여 미래를 예견한 역술인들 중에는 “한나라당에 운이 없어. 3의 인물이 나와..” 같은 말로 천기를 근사값으로 예측한 사람도 있었지만, 그건 극소수였고, 다들 헛발질로 미래를 찼다. 당시에 자료를 뒤질 때 보니까 선거 끝나서는 “내가 바로 맞췄다!”라고 자랑 하던 역술인들도 있었지만, 선거 끝나고 하는 그런 말은 우리집 강아지도 할 수 있는 말이었기에 비웃음만 나올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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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는 다들 이 분이 될줄 알았더랬지..



“동쪽에서 귀인이 와~” 같이 되지도 않는 말로 대통령 선거의 변수를 설명하던 역술인과 “북한이 붕괴되어 자연스레 통일이 될 거다”라고 뻥치던 역술인은 인터넷 세상이 와서 자기네가 했던 말을 아주 쉽게 되짚어 볼 수 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이들은 대권을 예측하기 이전에 인터넷을 예측해야 했다.) 물론 인터넷이 활성화된 2000년 이후에는 그렇게 노골적으로 구라를 치지 않고, 다들 은유법을 공부해 와서 “꽃이 피니, 열매가 열리고, 열매가 열리니 재화가 쏟아지네.” 같이, 가져다 붙이면 삼라만상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지만 말이다. 김일성 사망을 예언해 유명했던 심진송씨나, 모 연예인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백운산씨 아주 구체적으로 말했다가 망신만 당한 케이스였다.

그런데 자료를 뒤지다가 발견한 하나의 기사. 그때 난 일종의 기묘한 충격을 받아야 했다. 예견이 맞는 듯 맞지 않고, 맞지 않는 듯 맞아버린 그 예견. 그 기사는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해서 다시 찾아 봤었다. 1995년 11월에 우먼센스가 최옥순이라는 역술인을 인터뷰한 기사였다.

[ 대선을 앞두고 앞으로 우리 정치계의 동향이 어떨지를 묻자,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말한다. 벌써 시작된 것이지만 더 큰 파란이 있을 것이다. 내년 전반기의 총선을 통해 커다란 물갈이가 있을 것인데, 그로 인해 또 한번의 여야 합당이 있을 것 같단다. ]

1996년의 기억을 더듬어 보자.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나와서 1 야당을 먹었고, YS한테 팽당하신 충청도의 핫바지 김종필님께서도 (이분, 어제에 이어 오늘도 이 블로그에 출연하셨다.) 충청도에 나와바리를 섭렵하셨더랬지. 커다란 물갈이는 있었지만, 그렇지만 여야 합당은 없었다. 절반은 맞았지만 절반은 틀렸다.

[ 후임자는 현재 여론에 거론되는 50대 인물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지만 현재 국민에게 인기를 얻고 한창 부상하고 있는 조순•이회창씨는 아니며, 여당쪽의 중진들도 아니라고 한다. ]

여기서 후임자라는 의미가 정확하게 어떤 것인지 모르겠지만, 1996년도에 실시된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라고 가정할 때, 이 예견 역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조순, 이회창씨가 짐 싸들고 집에 간 것은 사실이지만, 50대 남자는 등장하지도 않았었다. 70대의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 되었었지. 내가 주목한 것은 이 다음 발언이다.

[ 그녀는 차차기 대선 때는..]

차기 대선도 안 끝났는데, 차차기 대선을 말하는 이 분.


[ .. 분명 두꺼비 인상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고.. ]

라는 이야기를 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별명이 무엇인가? 개구리이지 않은가? (오해는 마시라. 나는 아직도 노무현 대통령 좋아한다.) 이 글을 읽으며 순간 놀라웠다. 대선이 있기 무려 7년 전에, 대통령의 별명을 알아 맞춰 버린 것이다. 비전이나 능력에 대한 예견이 아닌, 별명과 인상에 대한 예견을 한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어찌되었건 헛발질만 해대던 다른 역술인에 비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물론, 이 다음 예견부터 다시 본래의 능력으로 돌아와 절반의 확률로 성공을 하신다.

[차차기 대선 때는 분명 두꺼비 인상을 가진 새로운 인물이 부상하고.. 정개의 화합을 꾀하고 안정을 맞으며 2000년대의 우리나라 국운과 맞물려 경제의 호황을 맞을 것이라 한다. 이때 비로소 남북 통일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거라고 전망한다. 북한의 길정일 역시 우리와 같은 국운을 맞고 있기 때문에 지금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혼란과 어려움 속에 있지만 2, 3년 뒤에는 점차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여 모든 면에서 호전될 거라고. 요즘 세간에 떠도는 북한의 남침설에 대해 절대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단언한다. ]


출처 : http://boojuk.com/article/951202.htm ( 우먼센스 1995년 11월 호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과월호가 아니더군요. )


화합을 꾀한다는 정치는 분열에 분열을 거듭해 머리끄댕이 잡고 안 싸우면 다행인 상황이고, 호황을 맞을 거라는 경제는 윗목만 맞아 버리는 바람에, 아랫목은 냉기만 가득한 실정이다. 김정일 체계가 점차 확고해진 것은 예언처럼 사실이 되었지만, 남북 통일을 예견한 내용은 그 예측이 생뚱맞을 정도로 남북관계가 냉냉한 상태이며, 또한 예견대로 남침은 없었지만, 북한이 핵미사일을 개발해 버리는 바람에 아주 난감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50%의 확률로 맞추면 “잘 맞춘다.”라고 해 줄만도 하지만 “긍정과 부정을 섞은 예연이기에 어차피 50%는 맞추도록 되어 있는 예언이지 않나.”라는 의심이 들어, 칭찬에 인색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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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당선될지 알았더라면, 차떼기는 다른 곳을 향했을지도..



 


바야흐로. 2007년. 대선을 맞아 여기저기서 예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예견으로 밥을 먹고 사는 여론조사 기관과 역술인은 두말할 것도 없고, 경제인, 문화인, 언론인 등 “한 말”하는 사람들까지 경쟁적으로 나서 “이런 저런 대통령이 될 것이다.”라며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뭐, 말을 하는 거야 자유니 탓할 것은 안되지만, 나중에 혹시라도 자기 예연이 틀리게 되면 쪽팔리지 않을까? 인터넷에 모든 증거가 기록되는데 말이다. 할 말이 많은 2007년이기에, 더 말을 조심하는 한 해가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