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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들의 로망

2007. 5. 11. 14:28 | Posted by 곰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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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어떤 여성이 소개팅을 하고 와서 친구들에게 “어제 만난 그 남자. 뭐랄까. 중후하고, 과묵했더랬어. 생긴 것은 이대근 닮았고. 흠.. 도끼를 쥐어주면, 장작이라도 팰 것 같은 느낌이랄까? 살도 오동통하게 오른 것이, 많이 듬직했어.”라고 말을 한다면, 주위의 반응은 어떨까? 보지 않아도 느껴질 것이다. 그 여자 분의 취향이 특별히 매니아틱하지 않다면, 그 만남은 그저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시대와 함께 바뀌어버린 여성들의 로망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업그레이드 된 여성들의 이상형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지금도 과묵함과 중후함, 그리고 체력은 남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지.

먼저 잘 생긴 얼굴은 기본이다. 여성스럽게 생겼든, 남성스럽게 생겼든, 자기 마음대로 생겼든, 일단 잘 생겨야 한다. 눈은 부리부리하게 커야 하며, 피부는 손가락으로 찔러도 바로 원상 복구 될 수 있을 만큼 탱탱해야 한다. 웃음은 반경 1미터 정도는 환하게 만들 정도로 밝아야 하며, 더불어 하얀 치아는 플러스 옵션이다. 자신만의 패션 스타일을 갖춰야 됨은 두 말 할 것 없고, 여기에 더해 신동엽이나 윤도현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보장자산'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정도가, 딱! 기본이다. 장작이나 패셨던 이대근 옹이나 닫힌 문을 애절하게 두드리며 팬티 선전하셨던 이덕화 선생님을 생각한다면, 장족의 발전이며, 놀라운 세상의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앞서 말한 기본형에 이지적이고 재치 있는 말투, 귀여운 표정과 넘치는 카리스마가 더해진다면 이건 최상의 풀옵션이 되며, 따뜻한 인간미와 1초에 백 만 번 정도 회전하는 높은 아이큐까지 플러스된다면 완소신(완전 소중한 남자의 신)이 될 수 있다. 여자들이 꿈꾸는 이상형의 조건이 광복 이후 최고 수준이라는 앞서의 내 말이 틀리지 않았음이다.
 
 
 
 왜 이렇게 여성들의 이상형이 업그레이드 된 것일까? 이유는 복잡하지 않다. 눈이 높아진 것은 그 만큼, 키가 커졌기 때문이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거다. 여권이 신장되었기에, 여성들이 꿈꾸는 이상형 역시 같이 커진 것이다. “그냥, 착하고 듬직하면 돼”라는 소극적인 자세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더불어 “키 크고, 잘 생겼고, 매너 있고, 능력도 있어야지.”라는 적극적인 의견 표현 역시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다. 미디어의 발달도 한 몫 했다. 공중파와 영화 밖에 없던 시절에야 그 얼굴이
  

그 얼굴이었지만, 지금은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인터넷 방송, DMB 방송, 여기에 IPTV까지 더불어 난립하며 경쟁하는 판이라 세상의 온갖 잘 생긴 얼굴들은 다 화면에 들이대고 있다. 눈이 높아지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물질적 풍요 역시, 여성들의 이상형을 풍요롭게 만드는데 일조했음이다. 패션 스타일과 노는 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은 보다 넉넉해진 대한민국의 주머니 사정 때문이리라. 
 
이상형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사람들이 어떤 이성을 꿈꾸고 있으며, 어떤 타입이 사랑 받는지를 보여준다. 이상형은 시대를 가리키는 나침반이기도 하다. 이성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느 곳으로 흘러가는지, 어떻게 변해 가는지를 알려준다. 이상형은 사람을 몇 가지 잣대로 들이대서 평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욕도 먹지만, 세상을 멋있게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것으로 칭찬도 듣는다. 이상형이 존재하는 한, 아무래도 사람들은 이성의 관심을 얻기 위해 그 기준에 맞추려 노력하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형은 말 그대로 이상형일 뿐이다. 산적질 하다가 내려온 듯 한 외모와 모내기 하러 가는 듯 한 스타일을 가진 내 친구 A. 그는 생긴 것과는 다르게 클럽에서는 수줍은 몸놀림으로 존재감 제로의 닌자 모드로 활동하며, 노래방에서는 놀랍게도 개미 목소리를 성대 모사하는 친구다. 그 친구의 애인에게 이상형을 물어 봤더니 “잘 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개그 잘 하고, 머리 좋고, 스타일까지 좋은 남자”란다. 그런데 왜 A와 사귀냐고 물었더니, 성격이 좋아서란다. (-.-;) 이상형은 현실이 아니기에, 이상인 것이다.

정리하자. 그림의 떡은 먹으라고 그려놓는 것이 아니다. 감상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림의 떡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은 아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했다. 예쁘게 그려진 그림의 떡을 실제로 만들어 보려는 노력이 뒤따른다면, 세상의 떡들은 더 아름다워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떡과 비교해서 어감이 이상하지만, 이상형도 마찬가지인 것이다. 시대를 관통하는 여성들의 보편적 이상형이 아름답게 만들어지고, 그 이상형이 조금씩 현실에 반영되어진다면 세상은 더 멋들어질 수 있다. 언제나 그렇듯, 꿈은 현실을 이끌어간다. 
 
이 글은 KTF의 도시락(dosirak.com)에 기고된 글로, 외부 전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