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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끼리 말싸움 피하는 방법

2007. 5. 11. 14:28 | Posted by 곰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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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멈춰야 한다. 그대로 달리다간, 두 사람 크게 부딪치고 말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딱 5분만 휴식시간을 갖자. 계속 달리라고 엑셀을 밟아 대는 자존심도 잠깐 죽이고, 동공에 줄곧 피를 공급하는 화딱지도 스톱시키자. 5분만 쉬어도 충격은 덜 하게 된다. 잘 하면, 기차는 같은 방향으로 달릴 수도 있게 된다. 가만히 호흡을 고르고, 차분히 앉아서 생각해 보자. 왜 이렇게 말싸움을 하게 되었는지를.    
 
 
 남자. 당연히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 말싸움이 된 것은 전적으로 여자 친구 탓이다. 서로 간에 작은 생각의 차이가 있었다. 큰 것도 아니고, 서로 말을 잘 하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런데 여자 친구는 그걸 못 참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왜 화를 내냐고, 좋게 말하자고 몇 마디 했더니, 여자 친구는 불 위에 뿌려진 기름마냥 난리를 친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인데 발끈해 버린 여자 친구가 어이없다. 좋은 분위기를 일순간에 망쳐버린 오버센스가 짜증스럽다.

남자. 여기서 스톱하고, 5분만 생각해 보자. 정말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그냥 여자가 화를 낸 것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정말 이상한 여자다. 가만 있었는데 화를 내다니. 그렇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자. 처음 여자 친구가 화를 내기 시작할 때, 그 때 남자가 뭐라고 말을 했던가? 혹시, 여자 친구의 감정을 건드리는 말은 아니었는가? 여자 친구의 기분을 무시하는 투는 아니었던가?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부풀어 오른 풍선 같은 사람의 마음은, 툭하고 내지른 단어 하나에도 터지기 십상이다.   
 
 
여자. 기분이 나쁘다. 남자친구는 특유의 무시하는 말투로 신경을 건들더니, 기분 나쁜 이야기들을 대수롭지 않게 내뱉어 버린다. 뭐, 이깟 것 가지고 그러냐는 투다. 짜증이 나서 인상을 쓰고 몇 마디 했더니, 남자친구는 정색을 하며, 성을 내기 시작한다. 생각이 조금 다른 것을 가지고 화를 내서는 안 되는 거라며 일장 연설이다. 그 걸로도 모자라 남자친구는 왜 그 상황에서 여자가 기분 나빠하면 안 되는지를 설명하고, 화 낸 것에 대해서까지 사과하란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사과를 하려면 감정을 건드리고, 의견을 무시한 남자친구가 해야 한다. 당연히.

   
여자. 잠깐 생각을 쉬자. 호흡 조금 가다듬고 차근차근 정리해 보자. 솔직하게 생각해서, 남자친구가 일부러 그런 식으로 말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일부러, 여자 기분 나쁘라고 공격적인 말투로 대화를 하고, 감정을 긁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그 남자 정말 나쁜 남자다. 명색이 사랑하는 사람인데, 일부러 싸움을 걸고 있다니. 그런데 말이다. 혹시 몰랐던 것은 아닐까? 남자친구의 말투가, 상대의 기분을 나쁘게 한다는 것을 미처 스스로 알아채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걸 지적하는 여자. 남자의 기분을 배려하지 못하고 먼저 화부터 낸 것은 아닐까? 조금 차분히, 돌려 말해주는 현명함이 부족한 것은 아닐까? 물만 먹어도 살이 찌는 사람은 없다. 세상에 이유 없는 싸움이란 있을 수 없다. 
 
 
 5분이 지났다. 그동안 여러 가지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고개를 들어 서로의 얼굴을 보자. 이때 꼭 억지로라도 입가에 미소를 지어야 한다. 웃고 있는 상대의 얼굴을 보면서, 그래도 싸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가? ( 설마, 더 강렬해진다고? -.-) 스스로 물어보자. 내 잘못은 없는가? 난 정당하게 배려하고, 이해하려 했던가? 혹시, 이 말싸움은 나에게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 조금이라도 내 잘못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먼저 미안하다고 말을 하자. ‘미안하다.’는 말은 내 입에서 나올 때 그 의미를 제대로 가진다. 상대의 ‘미안하다’를 기다리는 마음은 헛된 자존심과 오기일 뿐이다.
  

연애는 전투가 아니다. 연애에 승자가 존재할 리 없고, 패자가 있을 수 없다. 이긴다면 두 사람 모두가 승리하는 게임이며, 진다면 두 사람 모두가 다치는 경기다. ‘욱’하고 달려들어 치열한 말다툼 끝에 상대에게 ‘미안하다’는 항복 선언을 얻어냈다고 해서, 그게 성공한 연애일 리는 만무하다. 사랑해야 하는 그 사람이 내가 휘두른 칼에 아파하며 쓰러졌는데, 이게 무슨 연애인가?

도를 닦고 하산한 분들이 아니시라면, 연인 사이에 말다툼이 완전히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말다툼이 중간에 적당한 선에서 멈춰지지 못한 채, 연애의 종말을 향해 달리는 경우가 있다. 어디서 말다툼이 시작되었는지도 잊어버린 채, 오직 악과 자존심만 남아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해대는 커플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다며 마음까지 콱 닫아 버린 채, 등 대고 돌아 앉아 버리는 커플들. 이 연인들에게 권하노니 말다툼이 길어질 때, 꼭 5분만 시간을 가지고 생각을 해 보시라. 그 말다툼이 서로를 남남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그 만큼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이 글은 KTF의 도시락(dosirak.com)에 기고된 글로, 외부 전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