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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불량커플 베스트 3

2007. 7. 11. 11:43 | Posted by 곰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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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이 커플. 겉으로 보면 지극히 정상이다. 그런데 문제는 눈으로 영화를 보지만, 이들의 머리는 도저히 영화를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이들은 서로의 머리를 모아 영화를 이해해야 한다. “저 주인공은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야?” “어. 저 사람이 언제 나왔었지?” 서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해 대고, 답변을 요구하는 이 커플. 그래야 영화가 이해되고, 스토리를 따라갈 수 있는 이 사람들. 솔
 
직히 이들을 이해 못할 것은 없다. 아이큐가 둘이 합쳐 100이라는데. 어쩌겠는가? 범죄 유형으로 보면 생계형 범죄인 것이고, 복지적 차원에서 보자면 이들은 보호받아야 하는 사회적 약자인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정상인이 이해해야지. 그렇지만 막상 이 사람들 옆에서 영화를 보게 되면 이런 자비심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중얼거리며 쏟아내는 이 불량커플의 쉬임 없는 질문과 답변에, 우리의 짜증은 물밀듯이 밀려오고, 머리는 깨어질듯 아프며, 성질은 북받치듯 치솟는다. 불량한 순위 1등. 가장 흔한 유형이면서,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이들에게 불량 커플 베스트 1위의 영광을 드린다. 잘 먹고 잘 사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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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차 영화관에 방문하신 것만 같은 이 커플. 무슨 바쁜 일이 많은지, 전화기를 절대 끄지 않는다. 대신, 매너는 꼭 끈다. 전화 올 일이 있으면 영화를 보지 말던가, 아니면 사람들 없는 구석에서 받던가. 한 가운데 떡 하니 앉아 대 놓고 전화를 받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쫒아 가서 뒤통수를 한 대 날려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유난히 나쁜 인간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들보다 더 짜증나는 것은, 영화 중간 중간에 전화기에 대고 “응. 나도 사랑해. 응. 나도 보고 싶어.”같   
 
은 애절한 사부곡을 쏟아내는 이들이며, 더 짜증나는 이들은 자기가 보고 있는 영화를 남친(혹은 여친)에게 생중계하는 이들이다. (무슨 영화관이 야구장이냐?) 직접 이런 유형의 사람들과 같이 영화를 본 경험이 있는 나는, 이들이 주는 정신적 데미지를 직접 경험해 보았기에 두말없이 베스트 커플 2위의 영광을 드린다. 더불어, 철이와 메텔과 함께 은하철도 999를 타고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이 커플들의 개념이 하루빨리 지구로 귀환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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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고픔을 영화관에서 해결하려는 무리들. 콜라나 팝콘처럼 영화관에서 파는 음식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귤이나 오렌지 같이 냄새나는 음식을 먹는 커플들. 사이좋게, 서로의 입에 하나씩, 시큼한 귤 조각을 넣어주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알지 못하는 다른 이들의 사랑행각이 나에게 고통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배가 고프다며 샌드위치나 김밥을 싸 와서 먹는 커플들 역시 흔하게 볼 수 있는 불량 커플이다. 영화 보며, 배 채우고, 시간 아끼고, 돈 아끼는 1석 4조의 놀라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스스로를 대견스럽게 생각할 것이
 
 
다. 그렇지만 이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으니, 영화 보는 내내 옆 사람에게 욕을 많이많이 먹기 때문에, 오래오래 장수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바스락” 소리와 “후르르, 짭짭”소리를 들으면서도 속으로 욕을 안 할 사람은 없다. 부디 벽에 x칠 할 때까지 장수하시길.

본래는 영화관에서 만나게 되는 악덕 커플들에게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쓰려고 고민을 했으나,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내 능력 밖의 이야기였다. 짜증나는 커플을 영화관에서 만나게 되면, 정말 살충제라도 사 가지고 가서 “이. 바퀴벌레들아. 기어 나오지 마라!”라고 외치며 뿌려대고 싶을 만큼 도(道)가 닦이지 않은 상태이기에, “꾹. 참고 보시라. 참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인샬라~”같은 말로 글을 쓴다는 것은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평상시에는 그렇지 않은데, 이상하게도 영화관에서는 인내심이 확 쪼그라들게 된다.) 그러기에 차라리 “이들 불량 커플을 이야기하며, 타산지석의 교훈을 얻는 것이 낫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관이나 공연장은 공공장소 중에서 가장 큰 정숙을 요하는 곳이다. 영화나 공연을 대충 보며, 대충 즐기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색을 해서, 잡담을 삼가며 집중해서 즐기는 사람 역시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주위의 잡음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된다. 인간(人間)이라는 말은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홀로 살아가지 않는다.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자세 속에서, 다른 이들의 공간을 존중하는 예의 속에서 우리는 인간이 되는 것이다. 영화관에서 다른 이들을 위해, 사랑하는 연인과의 공간을 잠시 배려해주는 일. 그것이 영화관에서 주위를 시끄럽게 해 가며 떠드는 일 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사랑을 속삭이는 일이리라. 


이 글은 KTF의 도시락(dosirak.com)에 기고된 글로, 외부 전제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