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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오프라인 통합 쇼핑몰

2007. 3. 21. 14:08 | Posted by 곰아재
어제 저녁, 아들 기저귀를 사려고 이마트에 갔다가, 하기스 골드 4단계 가격이 개당 420원대인 것을 보고, 집었던 기저귀를 다시 내려 놓았다. 인터넷에서 사면, 개당 가격이 350원대인데, 무려 20%가 비싸다니. 크게 차이가 나지 않으면 그냥 구입하려고 했다가 마음을 바꿔 먹었다. 낮에 사무실 커피가 떨여져 사무실 근처의 홈에버에 간 김에, 거기서도 확인해 봐더니 이마트와 같은 가격이었다.

이마트나 홈에버와 같은 대형 할인점은 그 시스템상 다른 판매점보다 제품 가격이 더 싸다. 박리다매를 생존의 근거로 하니, 비싸다면 오히려 이상하다. 할인매장이 생기면 동네의 어지간한 슈퍼마켓이나 작은 소매점들은 ( 그 종목이 무어가 되었던 간에 ) 할인매장의 그 초절한 가격에 바로 죽어나갈 정도니, 대형할인마트의 그 저렴한 가격에 대해서는, 할 말 다 한 것이겠지. 이렇게 인터넷이 더 저렴한 품목은 비단 기저귀 뿐만 아니다. 거의 대부분의 생필품과 공산품. 여기에 여행, 결혼, 보험 등등의 서비스까지 인터넷이 훨씬 저렴하다. 1차, 2차 산업을 넘어 3차 산업에 이르기까지 오프라인의 쇼핑몰은 인터넷의 그것과 가격적인 비교가 되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오프라인 매장은 모두가 죽는 소리를 낸다. 장사가 안되도, 이렇게 안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IMF보다 더 심하다고 난리다. 대형화된 할인매장의 서비스에 밀리고, 인터넷의 가격에 밀리니 더 이상 힘을 쓸 수가 없어 죽겠단다. 오프라인 공산품 매장이 이렇게 울어대니, 당연히 예비 창업자들은 공산품 매장에서 벗어나, 서비스업 쪽으로 창업의 눈을 돌리게 된다. 기존의 공산품 매장을 운영했던 사람들도 서비스 산업 (대부분 음식점이지만) 쪽으로 전업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서비스 업 쪽으로 신규 창업이 몰리다 보니, 서비스 산업의 창업 역시 치열한 경쟁의 각축장이 되어 버렸다. 결국 이 쪽 역시, 불황의 파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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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시장은 이렇게 해서 암울모드다. 물론 잘 나간다는 곳은 여전히 독특한 제품으로 돈을 갈퀴로 긁고 있고, 치열한 서비스 정신과 장인정신으로 무장한 곳들은 수백년을 버틸만한 기틀을 쌓아 가고 있다. 그렇지만 화려한 성공기는 극소수이며, 여기저기에서 고통의 시련기만이 넘치고 넘친다.

온라인 쪽은? 앞서의 글에서 썼듯이, 그 쪽도 암울모드다. 온라인의 가격이 저렴한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서는 유통구조의 혁명. 인건비 절감. 매장 및 부대 비용 제거. 가격 거품 제거. 등등의 수많은 수식어로 인터넷 쇼핑몰이 저렴한 이유를 설명하지만, 사실 핵심은 그것만이 아니다. 인터넷 쇼핑몰의 가격이 대형할인마트를 이기는 이유에는, 온라인 상인들이 죽어라고 자기 살과 뼈를 깎아서 장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사를 할 때, 마진율이 아무리 낮아도 30%는 남아야 한다. 10% 세금 떼고 (부가가치세), 5% 수수료 떼고, 5% 운영비 (전기요금, 사무실 유지비용 등등 )하고. 그러면 10%만이 온전한 순이익이 된다. (물론, 소득세 등등을 계산하면 이 마저도 온전하지 않다.) 여기에 광고비와 재고부담비, 적립금 등으로 10% 정도로 계산하게 되면, 40%의 마진까지 계산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온라인에서처럼 모든 상점의 가격이 동시에 오픈되는 시스템이라면, 이런 순익 계산은 허망한 숫자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의 다른 상점이 나보다 1,000원 싸게 팔면, 당연히 그 가격에 따라가야 한다. 아니, 이기기 위해서는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아야 한다. 그러다보면, 세금을 계산하지 않고 가격을 책정하고, 운영비는 일단 다음에 계산하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결국 자기 뼈를 깎고, 살을 팔아서 장사를 하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의 99%가 1년 이내에 망한다. 이런 가격적인 억압을 버티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99%가 떨어져 나가서 시장이 재조정되면 좋으련만, 재미있게도 다시 그 99%를 채워줄 사람들이 들어 온다. 더 많은 돈과 열정을 가지고, 더 작은 마진을 바라보며 말이다.

다나와가 처음 나왔을 때, 소비자들은 열광했다. 용팔이에게 당한 설움을 생각하면, 용산을 멀리하고 싶었지만, 컴퓨터를 조립할 때는 용산만한 곳이 없었기에 그냥 울며 겨자 먹기로 용산을 이용하고 있던 수많은 소비자들은 용산 내에서 최저가를 찾아서 보여주는 다나와의 시스템에 감동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용팔이들에게 사기를 당할 일이 없어졌을 뿐더러, 이에 더해 해당 제품의 최저가까지 알아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 인터넷 혁명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일반 소비자들의 열광은 이맘때쯤에서 시작되었으니까. 그렇지만, 더불어서 판매상들의 눈물 역시 이때쯤부터 흘리기 시작했다. 150,000원짜리 메인 보드 하나 팔면 1,000원 남는 시대. 경우에 따라 500원 밖에 남지 않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예전처럼 50%가 남는 시대는 아니더라도, 제발 먹고 살게는 해 주세요. 라며 눈물 흘리는 용팔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이 오프라인을 망하게하고, 더불어 온라인 상인들이 자기 살을 파먹는 시대를 열어준 것이다.

물론. 이 와중에서도 살아남는 사람들은 가득하다. 하루에도 몇 건씩 온라인의 신화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는 상점들의 주인공들은 여전히 당차고,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차 있다. 용산 망해간다고 한지도 벌써 몇년인데, 돈 벌어서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들 아직 용산에 그득하다. 그들에게 질투심 같은 것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시대에 대한 원망 같은 것도 아니다. 성인군자는 아니더라도, 내 부족함을 다른 이에 대한 시샘으로 돌릴만큼 눈이 멀지는 않았다.

결론은 그렇다. 오프라인, 온라인 다 힘들다는 것... 어떤 상품을 팔아도, 참 힘들다는 것.. 이 말을 하기 위해 여기까지 이 글을 달려온 것이다. 장사를 해서, 무언가를 팔아서 먹고 산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다는 것. 남들과 같이 경쟁해서 싸워야 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다. 똑같은 제품을 가지고 가격으로 승부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우월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온오프라인 통합해서 말이다.

결론은 그렇다. 온라인의 장점과 오프라인의 장점은 곱하고, 오프라인의 단점과 온라인의 단점은 나누어야 한다. 온라인의 가격과 오프라인의 서비스를 곱하고, 온라인의 문제와 오프라인의 문제를 나누어야 한다. 방법은 온라인, 오프라인 통합이다. ( 여기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형태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 등은 아직 고민중이다. ) 이것만이,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만유인력처럼 당연하게 작용하는 온오프라인 쇼핑몰의 밀림 속에서 살아남는 구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