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창동 양아치 vs 강남 양아치
사실 별 관심도 없었다. 나 먹고 살기 바쁜데, 북창동 양아치와 재벌 양아치가 싸운 이야기까지 신경 쓸 일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어제 관련 글을 쓴 김 해서, 한화 김승현 회장 관련 글을 찾아 읽어 보았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글을 읽어봤지만, 내 의아함은 여전히 그대로다.
똑같이 잘 못 했는데, 왜 한화 김회장만 욕 먹는 걸까?
재벌이라는 권력을 가지고 법 위에 군림하려 해서? 그건 북창동 양아치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수라는 권력을 가지고 소수를 쥐어 패는 행위 역시, 재벌권력의 거대한 부패의 냄새는 아닐지라도, 충분히 썩어 문드러진 고린내가 진동한다. 술 먹고 거리를 행보하며 행패를 부리는 양아치들과 거대한 빌딩 속에서 손가락으로 세상을 지배하려하는 재벌의 모습을 가지고 누가 더 마음에 들지 않는지를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무조건 오십 보 백보라고 말을 해 줄 테다. ( 양비론이라고? 쓰바.. 그럼 북창동 양아치들은 그래도 괜찮아.. 라고 다독여줘야 하나? )
우리 나라 사람들은 조폭이나 양아치들을 좋아해서? 일견. 수긍이 가는 점도 있다. 해마다 조폭 영화가 만들어지고 히트치는 특이한 한국적 현실에서, 어느 정도 북창동 양아치들에게 동정의 표를 던지는 것을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건 아니잖아? 김회장이 애들 푼 것 이전에, 8명이 2명을 일방적으로 팬 사실에 대해선 왜 아무도 지적하지 않는 거지? 그렇게 당해 본 기억이 없어서 그런 건가? ( 물론 나도 없다. 난 그렇게 내 앞에서 알짱거리는 8명이 나타난다면, 눈을 부릎뜨고, 일단 고개부터 돌리게 될 테니. )
난 한겨레 독자다. 김 회장 이야기가 기사화 되던 날, 여느 때와 같이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1면부터 읽었다. 읽는 순간. 너무 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두들겨 맞은 북창동 술집 점원의 시점에서 1인칭으로 써 내려간 그 기사를 읽으며, 기자의 이름을 확인해야 했다. 그 기자는 북창동 시스템에 대해 정말 몰랐단 말인가? 한겨레 본사가 있는 공덕동과 북창동이 얼마나 멀다고, 그 대한민국의 하수구 같은 북창동의 영업상무의 말을 “액면 그대로, 그것도 순진한 표정으로” 그려냈단 말인가? 엊그제 우연히 클릭한 조선일보의 기사도 매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야, 북창동 바로 옆에 있으니까 같은 동네 식구라서 봐주려 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치면, 한화도 옆에 있지만.-.-) 한겨레의 오버센스는 지나친 감이 있다.
결론은 그거다. 조금 공정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 재벌의 어처구니 없는 오만과 독선에 울화가 치밀수도 있고, 그래서 북창동 양아치보다 한화의 김회장을 더 공격하는 것이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건 잘못된 하이킥이다. 방향이 빗나가 버렸다. 아니, 처음부터 잘못 찬 발차기였다. 때리기엔 상황이 너무 어정쩡하다. 법을 무시하는 재벌의 잘못된 관행이라고 지적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이전에 법은 신경도 쓰지 않고 주먹 먼저 휘두른 양아치들의 조폭문화가 발단인 거다. 어제 어느 분이 달아주신 댓글에서처럼 이건 “북창동 양아치 vs 강남 양아치”의 싸움인 거다. 한 쪽을 편들기엔 너무나 우습고, 한쪽만 탓하기엔 너무나 생뚱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