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여행

철거민 폭행 장면 - 경찰 "구속사유가 아니다."

곰아재 2007. 9. 12. 09:23

그래. 다 아는 이야기다. 아침에 사무실에서 신문에 난 철거민 폭행 사진을 보며, 어이없어 했더니 누군가 그랬다. “다 아는 사실 아니냐? 어디 조폭들이 재개발 현장에서 설친 것이 하루 이틀이냐?” 맞다. 그게 하루 이틀이더냐?

올 초에, 철거민 이야기를 다룬 ‘1번가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보고 나오며, 앞서 가던 고등학생들이 “저 영화 너무 비현실적인거 아냐? 어떻게 대낮에 사람을 그렇게 팰 수가 있어? 그것도 조폭들이 평범한 사람을?”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너희가 너무, 사회를 모르는구나. 이 사회에 저런 양아치들은 넘치고 넘쳐난단다. 특히나 돈 냄새가 나는 곳에는 어김없이 날아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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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려 있는 양아치들.. 대충 봐도, 입은 옷 하며 어슬렁 거리는 스타일이 꼭 양아치들이다.

슬슬 움직인다.

...


사진 출처 : 빈민해방철거민연합 (http://binchulyeon.or.kr/)



아침에 포크래인 소리가 나기에 집에서 뛰어 나가 봤더니, 철거 용역 직원이 다짜고짜 때리더란다. 그게 캠코더로 찍혔고. 그런데 그 근처에는 경찰들이 쫙 깔려 있었는데, 이 깡패들은 거리낌이 없었단다. 112에 수차례 신고해 봤지만, 현행범으로 구속되지도 않았단다. 더 황당한 것은 신문에 실린 해당 경찰서 수사과장의 말이다. “조사해 봤는데, 구속 사유가 아니다.”란다. 몰려다니며, 웃통 벗고 사람을 패도 구속 사유가 안 되니, 이들은 더욱 설칠 수밖에. 벌건 대낮에도 돌아다니는 이 깡패들 때문에 동네 사람들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란다.

어디 조폭 영화에서나 볼 것만 같은 장면들. 웃통 벗은 건장한 남자들이 으름장을 지르며 사람들을 협박해 도장을 받으러 다니는 장면들. 개 패듯 사람을 패고도 맞은 사람보다 오히려 더 당당하고, 떳떳해 하는 장면들. 그리고 ‘그들은 큰 죄가 없습니다.’라고 경찰들이 이야기해주는 장면들. 오히려 맞은 사람은 겁에 질려, 그리고 억울하고 황당해서 기가 죽어 버리는 장면들.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이런 장면들. 대한민국. 2007년. 추석을 며칠 앞둔 9월의 어느 날. 풍경이다.



1번가의 기적..
아직까지 영화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대수롭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