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를 통해 배우는 헌팅의 기술
사자는 사냥을 위해 절대로 다른 곳에 힘을 허투로 쓰지 않는다. 평상시에는 힘을 아껴 두었다가, 사냥할 때 모든 에너지를 쏟아 낸다. 마찬가지로. 언제 한번 헌팅을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준비하는 자세는 기본이다. 사냥이 곧 삶인 사자의 경우와는 다르겠지만, 그래도 헌팅을 준비하는 남녀라면 마음가짐만큼은 사자의 그것을 닮을 필요가 있다. 갑작스레 닥치게 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자신만의 접속용 멘트 하나를 개발해 놓는다거나, 혹은 가벼운 선물 하나를 가방에 챙겨 놓는 일은 필수다.
수 천 마리의 얼룩말이 몰려 있는 곳에 가서도 사자는 흥분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신이 노릴 대상은 하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자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한 마리만을 찍어 놓고 사냥한다. 헌팅에 있어서도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공 가능성이 높은 대상을 물색해야 한다. 뭉쳐 있으면 강해지는 사람들의 특성상 혼자있는 이성이 여럿 같이 다니는 쪽보다 좋으며,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나이의 상대가 훨씬 작업하기 용이하다. 장소 역시 중요한데, 도서실에서 만나는 상대보다는 클럽에서 춤추다 만나는 상대가 훨씬 접근하기 편한 것은 당연할 것이다. 때와 장소, 그리고 상대를 고르는 눈을 키워야 한다.
사자는 먹이를 발견해도 바로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다. 조심스레, 고양이과 동물 특유의 그 사뿐사뿐한 걸음으로 조용히 다가갈 뿐이다. 사자가 어떤 동물인지 모르고 그 광경을 바라본다면, 어느 수줍은 동물이 산보(?)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다. 헌팅 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헌팅의 고수들은 이처럼,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특징이 있다. 가능하면 아마추어처럼. 이런 일이 처음인 것처럼.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양의 탈을 쓰고 다가간다. 덕분에 이들이
먹잇감으로 찍은 이성에게 날리는 멘트들도 “저기요. 이런 말을 해서 저도 굉장히 떨리는데요. 그쪽이 마음에 들거든요.”라는 식으로 수줍은 진심을 전달하려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처음이 중요하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만은 사자의 사냥에 있어서만큼은 처음의 공격이 성공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움직임이 된다. 급소를 골라 정확하게 찌르는 날카롭고, 빠른 공격. 사자의 사냥은 이게 핵심이다. 헌팅 역시 이런 핵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다가가 처음으로 건네는 말은 헌팅의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다. 가급적이면 충격적이고, 상대의 마음을 확~ 열게 만드는 멘트가 효과적이다. 멘트를 날릴 때는 주위의 환경과 분위기를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한적한 버스 안에서 마음에 드는 이성이 앉아 있다면 다가가 이렇게 조용히 말을 건네 보는 거다.
“혹시. 그거 알아요? 지금 버스 운전기사 아저씨가 술을 한잔 먹은 것 같거든요. 가까이 가면 술 냄새가 확 나요. 저는 지금 무서워서 내리려고 하는데, 같이 내릴래요?”안 내릴 것 같다고?
(버스기사 아저씨를 팔아 미안하지만) 난폭하게 움직이는 버스라면, 성공 가능성은 70% 이상이다. 헌팅은 그 특성상 10초 이내에 상대의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러기에 처음 꺼내는 멘트가 중요한 것이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알리의 명언은, 조용히 다가가 한 방 제대로 날리는 것을 생명으로 하는 헌팅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는 격언이다.
사자는 아무리 작은 먹이를 쫓더라도 최선을 다한다. 있는 힘껏, 모든 힘을 다 쏟아 내서 먹이를 뒤쫓는다. 마찬가지다. 헌팅에 있어서도, 허튼 짓은 금물이다. 집중해야 한다. 막상 이야기를 나눠 보니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다 할지라도, 매너를 지켜야 한다. 다가갔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인 것이다.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했다면 그것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실패를 교훈 삼아, 다음 사냥감을 찾아야 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구차하게 매달리는 일은 절대 금물이라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스토커로 오해 받아, 유치장 구경을 하게 될지 모른다.
사자는 본래부터 사자였다. 고양이가 훈련을 통해 사자가 된 것이 아니다. 유전자 단위에서부터 사자는 사냥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헌터가 따로 있다. 노력만으로 극복하기 힘든 종자의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이걸 인정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서 유전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만인의 연인이 될 거야.” 중얼거리며 거리를 헤매는 헌팅 남녀 분들. 꿈을 깨시라. 거듭 말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씨(-.-)가 다르다. 만인의 연인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한 사람의 연
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어떨는지? 야생에서 사냥을 하며 멋지게 사는 사자의 삶 보다는 따뜻한 곳에서 한 사람을 바라보며 안락하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삶도 나름대로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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