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와 커피
커티삭과 홍차경쟁
곰아재
2006. 9. 11. 10:35
19세기 말, 유럽은 바야흐로 대항해시대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온갖 물건들이 유럽으로 들어왔고, 유럽의 상인들은 중계 무역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했습니다. 그들의 부는 국가 권력에 대항할 만큼 드높았고, 부르조아 계급이 강력하게 세를 형성해 나가는 시기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자본의 강력한 결집이 시작된 이 즈음부터 자본에 의한 세계화가 시작되었으며 그 사례로 네델란드의 튤립 파동을 들기도 합니다. 튤립 파동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되면 자세히 하겠습니다. 차와 연관이 없는 것도 아니고, 나름대로 주는 교훈도 있고, 게다가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하여간 유럽의 상인들은 점점 부자가 되어 갔고, 이들의 부를 축척하게 만든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 바로 “차 tea”였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발효차, 그러니까 홍차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홍차가 얼마나 큰 이윤이 남았는가 하면 차를 수입하기 위해 배를 만들고, 사람을 사고, 1년 치 운임을 줘도, 한번 차 수입을 하게 되면, 이런 모든 투자의 이익을 뽑고도 새로 배를 한척 더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이익이 남았다고 합니다. 이런 투자라면 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하는 판에 돈 냄새 잘 맡는 상인들이 가만히 앉아 있었을 리 없죠. 이들은 떼거지로 달려 들었고, 곧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일한 제품으로 경쟁이 붙는다면 보통은 “누가 얼마나 좋은 품질의 차를 수입하느냐”에 따라 경쟁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당시 수입하는 차들은 모두 같은 복건성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인데다,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제품이었던 탓에 생산 초기의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얼마나 빨리 수입할 수 있는가"가 품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이야 비행기나, 빠른 배로 후다닥 수입을 완료해 버리지만, 당시엔 오직 바람에만 의존해서 배를 움직여야 했기에 중국에서 영국까지 수입하는 기간만 장장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항해가 필요했던 탓에, 영국인들은 유통기간이 긴 발효차, 즉 홍차를 주로 먹게 됩니다.)
이렇게 누가 차를 빨리 수입하는가에 대한 경쟁이 시작되자, 신이 난 것은 조선업계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배 제작 주문이 늘어났거든요.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한 배가 바로 클립퍼Clipper)라는 종류의 배입니다. 날씬한 몸매에 큰 돛을 달아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만들어진 배였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클리퍼는 1883년에 진수한 안 막킴(Ann Mckim)호로서 길이는 44m, 총톤수는 493톤 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만들어진 배는 시위치 (sea Witch)로 이 배는 1년이나 걸리던 차 운송 기간을, 99일간만에 단축해 버리는 놀라운 쾌거를 보입니다.
그러다 서모필레(Thermopylae)호가 나오며 속도 경쟁은 당분간 종지부를 끊습니다. 이전 배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빠른 배였거든요. 그런데 영원한 왕좌는 없는 법. 서모필레는 총톤수는 963톤, 전체 길이 85m, 너비 11m, 최고시속 31.4km이다. 마스트는 3개이고, 돛은 34장, 돛의 총면적은 3,047㎡의 견적을 가진, 궁극의 배.
커티삭에게 그 속도의 왕좌를 넘겨주게 됩니다. 커티삭.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지 않나요? 위스키를 생각하셨다면. 정답입니다. 문학작품을 생각하셨다면 당신의 상식은 존경할 만한 것입니다. 로버트 번스의 시 ‘샌터의 탬에 나오는 어린 마녀의 속옷 종류가 커티삭입니다. 이 배의 이름은 이 마녀의 속옷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아직까지 바람으로 가는 범선 중에서 이 보다 더 빠른 것은 없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거의 혁명적인 속도였습니다. 이 즈음에 위스키 회사를 차렸던 Berry Bros & Rodd 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범선인 커티삭에게 경의를 표하고, 위스키의 이름을 커티삭으로 만듭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위스키 중 하나인 커티삭의 이름 뒤에는 차를 수입하기 위한 상인들의 경쟁과 이 속에서 나온 함선의 속도 경쟁 같은 역사적 기록이 숨어져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

하여간 유럽의 상인들은 점점 부자가 되어 갔고, 이들의 부를 축척하게 만든 대표적인 효자 상품이 바로 “차 tea”였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발효차, 그러니까 홍차였습니다. 당시 유럽의 홍차가 얼마나 큰 이윤이 남았는가 하면 차를 수입하기 위해 배를 만들고, 사람을 사고, 1년 치 운임을 줘도, 한번 차 수입을 하게 되면, 이런 모든 투자의 이익을 뽑고도 새로 배를 한척 더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이익이 남았다고 합니다. 이런 투자라면 은행에서 빚을 내서라도 하는 판에 돈 냄새 잘 맡는 상인들이 가만히 앉아 있었을 리 없죠. 이들은 떼거지로 달려 들었고, 곧 경쟁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일한 제품으로 경쟁이 붙는다면 보통은 “누가 얼마나 좋은 품질의 차를 수입하느냐”에 따라 경쟁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이 당시 수입하는 차들은 모두 같은 복건성에서 생산되는 제품들인데다, 비슷한 시기에 출하되는 제품이었던 탓에 생산 초기의 품질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결국 "얼마나 빨리 수입할 수 있는가"가 품질을 가늠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었던 것입니다. 지금이야 비행기나, 빠른 배로 후다닥 수입을 완료해 버리지만, 당시엔 오직 바람에만 의존해서 배를 움직여야 했기에 중국에서 영국까지 수입하는 기간만 장장 1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긴 항해가 필요했던 탓에, 영국인들은 유통기간이 긴 발효차, 즉 홍차를 주로 먹게 됩니다.)
이렇게 누가 차를 빨리 수입하는가에 대한 경쟁이 시작되자, 신이 난 것은 조선업계였습니다. 갑작스럽게 배 제작 주문이 늘어났거든요. 대항해시대라는 게임을 해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이때 만들어지기 시작한 배가 바로 클립퍼Clipper)라는 종류의 배입니다. 날씬한 몸매에 큰 돛을 달아 엄청난 속도로 달릴 수 있게 만들어진 배였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클리퍼는 1883년에 진수한 안 막킴(Ann Mckim)호로서 길이는 44m, 총톤수는 493톤 이었습니다. 두 번째로 만들어진 배는 시위치 (sea Witch)로 이 배는 1년이나 걸리던 차 운송 기간을, 99일간만에 단축해 버리는 놀라운 쾌거를 보입니다.
그러다 서모필레(Thermopylae)호가 나오며 속도 경쟁은 당분간 종지부를 끊습니다. 이전 배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빠른 배였거든요. 그런데 영원한 왕좌는 없는 법. 서모필레는 총톤수는 963톤, 전체 길이 85m, 너비 11m, 최고시속 31.4km이다. 마스트는 3개이고, 돛은 34장, 돛의 총면적은 3,047㎡의 견적을 가진, 궁극의 배.
커티삭에게 그 속도의 왕좌를 넘겨주게 됩니다. 커티삭.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 이름이지 않나요? 위스키를 생각하셨다면. 정답입니다. 문학작품을 생각하셨다면 당신의 상식은 존경할 만한 것입니다. 로버트 번스의 시 ‘샌터의 탬에 나오는 어린 마녀의 속옷 종류가 커티삭입니다. 이 배의 이름은 이 마녀의 속옷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아직까지 바람으로 가는 범선 중에서 이 보다 더 빠른 것은 없다고 합니다. 당시로서는 거의 혁명적인 속도였습니다. 이 즈음에 위스키 회사를 차렸던 Berry Bros & Rodd 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범선인 커티삭에게 경의를 표하고, 위스키의 이름을 커티삭으로 만듭니다.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위스키 중 하나인 커티삭의 이름 뒤에는 차를 수입하기 위한 상인들의 경쟁과 이 속에서 나온 함선의 속도 경쟁 같은 역사적 기록이 숨어져 있습니다. 재미있지 않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