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민주당은 50년 전통을 잃었다.”
느긋하게 앉아 신문을 보다가, 한겨레 1면 내용을 보며 혼자 키득거리며 웃었다. DJ가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 50년 전통을 잃었다.”라고 말을 했단다. 그 속내에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지만, 일단 가장 큰 포인트는 “민주당을 향해 자신의 적자”가 아님을 선언한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그동안 민주당이 그동안 수도 없이, 무슨 말만 나오면 자신들이 DJ의 진짜 자식이라고 주장해 왔는데, 정작 아버지는 아들을 향해 “너는 내 아들 아니다.”라고 하니, 웃음이 나올 수 밖에. 민주당. 한나라당처럼 DNA 검사라도 해야 하는 거 아냐?
관련기사 링크 : http://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231349.html
사실 오래 전부터, 민주당의 물은셀프(닉네임 : 조순형)님이 과연 DJ의 배로 나은 자식인가 의아해왔었다. DJ와 너무 안 닮았거든. DJ에 대한 추켜세움이나 조의원에 대한 까대기가 아니라,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에서 나무 큰 차이가 있거든. 조금 더 DJ를 좋게 봐 준다면, 최소한 DJ는 남의 집에 가서 주인보고 물 가져 오라는 딴지를 걸 정도로 눈치 없는 인물은 아니지.
DJ의 말을 곰 씹어 볼 필요가 있는 게, “50년 전통을 잃었다.”라는 말에는 그동안 열린 우리당이 아닌, 민주당이 정통성을 확보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는 DJ의 의중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사실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자기 아들 보고 민주당 소속으로 출마하라고 했을 때, 아니, 아니, 훨씬 이전 보궐 선거 등에서 DJ가 민주당에 힘을 실어 줄 때부터 이미 다 아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을 바꾸어서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민주당을 자기 호적에서 파 내기로 작정을 했다는 것이고, 다른 말로 생각하면 민주신당을 인정하기로 결심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마음을 돌린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말이 씨알도 먹히지 않는 현실 상황에 대한 불만이지 않을까. 게다가 물은셀프님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이 있는 것이, 예전 DJ가 새천년회의로 복귀할 때 DJ에게 게겼던 인물인지라, 물은셀프님이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이 탐탁하지 않았을 수도.. (그때 조의원은 잘못 게겼다가, DJ에게 두들겨 맞았더랬지. 아마. 그때도 지금이랑 비슷한 말을 했어. [슨상님을 존경하지만, 이러시면 안된다]. 얼마전에 목포가서 했던 말과 똑 같이 말야.)
아직까지 DJ가 호남에 영향력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내가 그 동네에 사는 것도 아니고, 그 동네 사람들과 교류가 잦은 것도 아니고, 정치적인 이야기라면 대부분 한 꺼풀 덮어 쓰고 이야기를 하니, 그 마음 깊숙한 정서까지 포착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그간의 상황으로 보면 DJ의 말에 많은 호남민심이 움직였던 것도 사실이고, 아직까지는 어느 정도의 영향력은 분명 있으리라는 추측이 든다. 그렇다면, 호남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속 아픈 일이겠지. 터줏대감을 자처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DJ의 살아있는 자식(?)이었는데, 아버지가 호적을 파 버렸으니.. -.-
아버지를 아버지로 부르지 못하는 민주당에서는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할까. 이 당에는, 가끔씩 5차원적인 마인드로 말을 꺼내시는 유종필 대변인이 있는데. 그 분의 입에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기자들은 뭐 하시나. 좀 물어 봐 주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