봤던 비디오 또 안 보기

파이 (Pi, 1998) ★★★

곰아재 2007. 8. 6. 20:51

언제였던가.. 선댄스 영화제에 삘이 꼿혀서, 몇 시간 동안 관련 자료를 찾아 헤맸었다. 그때 발견한 영화. 파이(Pi, 1998). 찬사에 가까운 칭찬의 소리에 영화가 궁금했더랬다. 한국에서 그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을 들었을 때는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난 2002년의 어느 날. 한창 회사를 다니며, 신신입사원으로서 뺑이를 치고 있을 때였다. 그때 영화를 보려 했으나 실패.. 이유를 대자면, 한창 빡시게 회사를 다니고 있던 탓에, 머리 복잡해지는 영화를 피했었다.

16개월 된 아기 때문에 영화관은 상류층만 즐기는 문화특권으로 인식되어 버린 지금, 비디오 혹은 dvd 보기는 나에게 남은, 인간으로서의 몇 안 되는 즐거움 중에 하나다. 특히나, 과거에 보려 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보지 못했던 영화를 보는 일이나 즐거웠던 영화를 끄집어내 다시 보는 일은, 비디오와 dvd를 발명하신 분들에게 크게 절이라도 한 번 하고 싶을 정도로 고맙고 즐거운 일이 된다.

서두가 길었다. 지난 주말, 가족들 모두 잠든 후에 홀로 컴퓨터 앞에 앉아 파이를 시청했다. 비디오를 구할 수 없어.. 암흑의 루트로.. 구해야 했다. 글쎄.. 무언가 큰 것을 기대하고 앉아서일까? 천재가 만들었다는 다른 이들의 수식을 쉽게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영화적 문법과 다양한 의미를 함축적으로 구성해 놓은 시각적 효과에 탄복하기는 했지만, 묵직하고 힘 있는 느낌은 다가오지 않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 난감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난잡하지 않은 - 예술 영화 한 편을 보고 난 기분이었지만, 그렇다고 반짝하는 영감 - 컬트 영화를 보고 난 다음에 다가오는 충만함 같은 거? -은 다가오지 않았다. 뭐랄까. 민숭민숭하달까?



극중 증권사 여사장..
첨 봤을 때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인줄 알고, 깜짝 놀랐다. -.-



나이가 먹은 것을 느끼는 것이.. 이런 영화를 보면.. 졸립다. (-.-) 예전에는, 눈 또릿또릿하게 뜨고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하는가.”에 대해 궁금해 했는데, 이제는 “언제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나.”를 기대하게 된다. 이 영화. 결정적으로 재미가 없다. -.-;

별 3개. 수학으로 세상을 이해하려하는 천재 수학자 이야기가 가지는 참신함과 산뜻한 편집과 구성. 그리고 주제 하나를 향해 달려가는 감독의 힘이 느껴져 별 3개를 줬다. 재미만 놓고 보면 별 2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