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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 ★★
곰아재
2007. 8. 4. 14:44
사람들은 어떤 점을 기준으로 영화를 평가할까? 잘 짜여진 시나리오? 콧물, 눈물 다 흘리도록 만드는 감동? 가래가 솟아나올 정도(-.-)의 코믹? 가슴을 울리는 주제? 대부분의 사람들은 영화가 움직인 자신의 마음의 정도를 종합해서 영화의 잘됨과 못됨을 결정한다. 간혹 특이하게, 영화나 주인공의 한 부분에 집착해서 영화를 평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 예를 들어, 여주인공의 코가 싫어서 영화도 싫더라. 혹은 남자 주인공의 갑빠가 너무나 황홀해 미칠것만 같더라와 같이 - 보통은 영화의 요소들을 합산해서, 평균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브리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그 주제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올바르다. 전체주의적인 세상에서 자유주의적인 마인드를 가진 영웅이 세상을 구한다는 줄거리 역시, 참신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야기를 끌고나갈 만한 힘은 가지고 있다. 캐스팅은 황홀한 정도인데, 나탈리 포트만(영화 중에 삭발을 하는 투혼을 발휘한다.), 휴고 위빙, 스티븐 레아 등, 이름만으로 영화티켓을 예매하고 싶게 만드는 연기파, 성격파 배우들이 뭉쳐 버렸다. 게다가 제작은 메트릭스의 워쇼스키 형제가 맡았고.
그런데. 그 뿐이다. 주제는 올바르지만 유치하고, 줄거리는 기본은 되지만 구성이 글러먹었다. 캐스팅과 연기는 뛰어나지만, 이미 스토리에 몰입이 안 되어 버린 탓에, 예쁘게 봐주기 힘들다. 무엇보다 반감을 가진 것은 악당 한 명에게 집중된 전체주의적 사회 현실을, 주인공 한 명이 깨어 버린 다는, 또 다른 의미의 전체주의 메시지였다. 한 사람의 영웅에게 시민들의 모든 것을 걸고, 그 한 사람의 영웅이 악의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한 사람에 의해 지배되는 독재체재와 다른 것이 무어가 있겠는가? 영화를 보는 내내, 초딩용 만화영화에서 나타나는 이런 단순하디 단순한 악당과 주인공의 관계 때문에 불편해야 했다. 차라리 괜히 진지한 척 하지 말던가, 차라리 단순하게라도 만들던가, 혹은 조금 더 복잡하게 말하고 싶었다면, 조금더 생각해서 이야기를 엮던가.
물론 영화의 재미를 위해, 이야기를 구성하기 위해 단순하게 악당과 영웅을 대립시키는 것이야 늘상 있는 일이다. 그런 영화들 중에서도 재미있고, 보람찬(?) 영화도 많았다. 슈퍼맨과 베트맨만 해도 그렇다. 단순한 악당과 싸워 이기는 단순한 슈퍼 영웅이지만 얼마나 신나고 박진감 넘치던가. 차라리 이렇게 만들었으면, 말을 하지 않는다. 온갖 미사여구로 포장을 하더니, 결국 뽑아낸 결과물은 우뢰매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더라. 영화에서 좋은 주제란, 훌륭한 감상 포인트이며,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주제가 좋다고 영화가 좋으란 법은 없다. 영화는 복합적인 요소들의 평균값으로 평가된다.
20자 평으로 정리하자면, [깊지 않은 주제를 위해, 재미를 포기한 영화]
10자 평으로 정리하자면, [뻔한 아포이즘 같은 영화]
그래서 별 2개. ★★